"마르크스의 탄생 200주년이 지나는 시점에 돌아보는 마르크스주의의 가능성과 의의란 과연 어떤 것일까. 그의 사상과 이념에 보낸 조종(弔鐘)마저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이제는 자취 하나 남지 않은 듯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의 인문학 전공자들이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낸다는 것에 무슨 굉장한 의미가 있지는 않겠다. 그러나 그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나 무작정한 비판을 버리고 적절한 거리를 설정하게 되면 비로소 마르크스주의가 우리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한다. 경계도 없고 한계도 없는 자본의 무자비한 이동과 지배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이때 자본주의의 바깥을 생각하게 해주는 유일한 가능성이 마르크스의 관점을 통해, 마르크스의 관점과 함께 새로운 내일을 사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문학에서 마르크스주의는 필연적으로 카프와 관련된다. 그간 카프 비평사는 임화의 작업을 둘러싸고 이루어졌지만, 최근 김남천의 비평적 성과에 주목하는 연구들이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도연은 「김남천 비평의 해명과 ‘리얼리즘’이라는 기표」에서 김남천을 중심으로 카프 비평사와 마르크스주의(비평)의 역사적 실체 및 현재적 의의를 재검토한다. 카프 문학 비평사를 재구성하며 그가 제기하는 주요 명제는 “문학과 정치의 이접(離接)적 공존의 가능성”이다. 문학의 정치성을 극단까지 추구한 결과 어떤 면에서는 문학의 독자성을 부인하는 양상으로 카프 문학이 전개되는데, ‘문학과 정치의 결합’이라는 불가능한 가능성을 살피기 위해서라도 카프의 문학적 행정(行程)을 온전히 주파할 필요가 있다. 이도연은 ‘박영희-임화’ 노선과 ‘김기진-김남천’ 노선을 대비하며, 경험적 현실에 기반해 예술의 상대적 자율성과 문학의 독자성을 승인하는 후자가 개방적 신축성과 사고의 유연성을 내포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엮은이의 말에서
책을 펴내며 6
1장 ◇ 착취, 배제, 리프리젠테이션: 마르크스주의 (탈)구축의 세 가지 쟁점 / 진태원 17
2장 ◇ 19~20세기 해방 정치 이념에 대하여 / 서용순 73
3장 ◇ 한국 마르크스주의의 위기와 쟁점들 / 김정한 103
4장 ◇ 마르크스의 ‘Das Kapital’의 국내 도입과 번역: 김수행의 『자본론』 번역의 의의와 개역 과정상의 특징을 중심으로 / 김공회 131
5장 ◇ 김남천 비평의 해명과 ‘리얼리즘’이라는 기표 / 이도연 165
6장 ◇ 전시체제 전환기 한일 마르크스주의자의 ‘풍속’ 비판 담론: 도사카 준(戶坂潤)과 김남천의 ‘풍속’ 담론에 대한 재론 / 강용훈 227
7장 ◇ 프롤레타리아화 과정의 비참과 투지: 마르크스적 변증법의 서사로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염인수 287
8장 ◇ 김남주를 읽는다, 혁명을 생각한다 / 전병준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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