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총이 울린다
천억 개 신경섬유로 꽉 찬 체세포
털 세운 고양이 떼들이 일제시 눈을 부릅뜬다
중추신경이 벌떡 일어나 붉은 근육을 건드린다
힘줄이 조여지며 뼈를 잡아챈다
나는 200개 넘는 뼈와 근육을
한데 잇고 묶어 달리는
기름칠 잘된 최첨단 동력장치
수천 분의 1초
메인 스타디움 붉은 트랙을 박차고 나가면
속이 뒤집혀 한꺼번에 쏟아질듯
450g 한 주먹 심장이
나만의 리듬으로 북을 두드린다
1분에 25리터 양수기가 뿜어낸다
2리터 페트병 3개에 가득 차오르는 혈기
횡격막과 늑골, 가슴 근육이
공기를 뽑아 허파를 채우고 또 비운다
근육이 불길에 타오른다
피가 끓는다
비명을 지르며 산소를 먹어치운다
더 깊고 더 크게 영혼이 숨을 내쉰다
수백만 개 물 분자가 피부를 덮는다
소금, 칼륨, 질소 함유물, 이름 모를 유기물과
내 안에 고여 있던 슬픈 기억이
다 빠져 나간다
약동하는 60조 청춘의 세포 뭉치
나는 지금 살아 있다
- 서상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