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3일, 24일 양일 간 우리대학의 2009년도 교수연수가 있었다.
몇 개의 주제가 다루어졌다.
그 중에서 "교수평가제"에 관한 논의는 우리대학의 현실을 입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듯 하다.
분과별 연구과제였던 "대학자율화 추진계획에 따른 전임교원 평가제도 개선 방안"과 "미래지향적 신규교수의 채용방안"은 결국 교수평가제도에 관한 문제로 종합된다.
발표와 토론 과정에서 떠 오른 생각은  "교과부 눈치보기"와 "타대학 따라하기"였다.

문제를 근본으로 돌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신임 또는 재직 교수에 대한 평가제도의 개발 또는 개선에 있어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

1. 개발 및 개선 방안의 방향 설정에 있어서

개발 또는 개선, 즉 변화의 목적이 무엇인가하는 점이다. 변화는 개발 또는 개선이어야 한다. 단지 말 그대로의 변화라고 한다면 그 변화의 주장은 설득력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때에 따라서는 개악이 될 가능성도 있다. 변화의 목적이 우리대학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그러한 궁극적 목적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새심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변화(대부분의 방안에서 드러나듯이, 강화)는 等價의 원리가 고려되어야 한다. 강화=향상이라는 등식이 늘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강화에 수반되는 요구에 비례적이어야 한다. 강화 요구는 지원을 전제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신규교수의 확보, 재직교수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몇몇 대학에서 나타나듯이 지원은 미비하고 요구만 강화하는 시도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결국, 교수평가제도의 개발 및 개선에 있어 두 가지 맥락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목적 명료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둘째, 현실 타당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2. 개발 및 개선 방안의 모색 방법에 있어서

교수평가제도의 변화 시도는 대학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함일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 제고는 특성화라는 맥락으로 바꾸어 표현될 수 있다. 그래서 대다수의 대학에서 특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대학의 교수평가제도 변화 시도는 특성화 맥락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가. 통상적으로 대학의 특성은 연구중심, 교육중심, 또는 종합 등으로 가늠된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의 특성화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우리대학이 연구중심대학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수평가제도 변화 시도는 방향은 연구중심대학의 지향을 모방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이러한 부합리는 우리대학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 대학이 세계 몇 위이다", "교수 1인당 SCI 논문이 몇 편이다", "교수 1인당 저술이 몇 권이다", "교수 1인당 수혜 연구비가 얼마다"와 같이 대학평가의 잣대가 상당부분 연구 영역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나라 대학의 수준을 연구실적 중심으로 국제비교하는데 몰입하고 있는 교과부와 몇 몇 연구중심대학의 관심 그리고 비교와 비난 거리를 찾는 언론의 관심이 부풀려진 결과로 보인다.

우리대학의 교수평가제도 변화를 위한 노력이 연구중심대학을 모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SCI 논문수", "저서수", "연구비"를 강조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우리대학의 위상이 얼마나 높여질 수 있을 것인가. 막연한 가정일 수 있다. 절대적 역량은 강화될 수 있을지언정 상대적 위상은 제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가 비교하고 있는 소위 연구중심대학의 연구역량은 지금까지도 강했고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중심대학을 평가하는 잣대로 보게되면 그러한 대학과 우리대학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연구중심, 교육중심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부족하다.

더 나아가 전공계열에 대한 고민도 부족하다. 소위 연구중심대학이라 평가되는 대학은 종합대학인 경우가 많다. 그곳에는 자연, 공학 같이 "SCI 논문수", "저서수", "연구비" 등의 확장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전공계열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구조는 어떠한가. 우리대학은 체육을 특수목적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연구중심대학, 또는 (종합)교육중심대학의 잣대로 우리대학을 평가하는 시도는 얼마나 유효할 것인가.

궁극적으로 우리대학의 역량 강화, 특성화를 위한 교수평가제도의 변화 모색은 연구중심-교육중심, 인문-사회-자연-공학-체(예)능 등의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연구중심의 잣대로 교육중심을 평가하거나 공학계열의  잣대로 체육계열을 평가하는 방식은 범주오류이자 방향이탈일 가능성이 크다. "교과부의 방침이니 어쩔 수 없다", "타대학이 그렇게 한다"와 같은 교과부 눈치보기, 타대학 따라하기가 우리대학의 역량을 강화하고 위상을 제고하는 합당한 방향, 타당한 방법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