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논리 및 논술"
2006년 4월 12일 개정 고시된 교원자격검정령 시행규칙에 따라 새로이 등장한 교과교육과목이다. 이 새로운 과목의 등장에 대하여 "체육교사를 비롯한 모든 (예비) 교사의 자질 능력 수준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반길 듯하다.

이런 생각이 든다.
그간의 교사교육 프로그램이 논리적 사고, 창의적 글쓰기 능력을 길러주지 못하였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닌가. 교사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다수의 과목이 있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인지. 부족하다고 여기기에 "논리 및 논술"이라는 과목을 신설했겠지.

나의 마음도 무겁다.
소위 체육철학을 가르친다는 나는 배움에 있는 이들의 논리적 사고, 창의적 글쓰기 능력 개발을 위하여 얼마나 노력했던가! 만일 대학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제반의 과목에서 논리적 사고, 창의적 글쓰기 능력 신장을 위한 실천이 충분하였다면 과연 그러한 새로운 과목이 필요했을까.

2년 전 분당 율동공원 안에 있는 (아동?, 청소년?) 도서관에 간 기억이 새롭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 서고를 둘러 보았다. 서고에는 논리 관련 책이 꽤 있었다. 몇 권 들춰보니, 아쉬움이 밀려왔다. 글의 분석, 글의 꾸밈을 위한 "기법"으로 채워진 많은 책들. '그러한 기법을 익히면 당연히 글을 잘 읽고 잘 쓰겠지'라는 생각보다는 '기법만 알고 느끼거나 쓰기는 멀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앞섰다. '글의 분석을 위한 논리를 익히기보다는  차라리 시 한 편을 읽는 것이 어떨까'하는 마음에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기법(技法)의 풍요, 내용(內容)의 빈곤"

논리 및 논술을 가르치면서 느낀다. 분석 기법, 논술 기법에 관심은 많은데, 무엇을 분석할 것인지, 무엇을 쓸 것인지, 왜 분석하고 쓰는지에 대한 관심은 적다. 정보의 검색 능력이 타자의 속도와 비례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꼴은 아닌지. 인문, 사회, 자연에 관한 (과학적) 배경지식은 빈곤하고 타자 속도만 빠른 사람이 정보 검색과 활용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지. 과연 정보 검색 및 처리 능력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보를 모르고 검색이 가능한지.

논리 및 논술을 중심에 두지 않는 대학 교육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 대학 교육을 "고등 교육"이라고 말할수는 없다.
고등 교육, 그것은 말 그대로 고등의 사고, 고등의 기능, 고등의 역량을 기르는 것이 아닌가. 그러한 고등의 의미는 단순 암기, 단순 모방과 거리가 멀다. 즉 고등 교육으로 표현되는 대학 교육은 분석, 종합, 평가, 판단의 능력을 기르는 일을 앞세워야 하며, 그 능력은 논리적 사고와 창의적 글쓰기로 집약됨은 당연하다. 따라서 논리 및 논술은 대학 교육 프로그램에 포함된 거의 모든 과목과 관련되는 사안이지 소위 "체육 논리 및 논술"과 같이 별도의 과목 개설만으로 충족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읽지 않고, 생각 적고, 쓰지 않는 논리 및 논술, 대학 교육은 언제쯤이나 빛을 밝할 것인지.

그 때가 궁금하다.

그러나 그 때를 기다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목적은 외면하고 수단만 강구하니 
외화내빈, 사상누각이요.
핵심돌파를 회피하고 주변우회를 획책하니
삶의 구조만 복잡하네...


지금 글쓰기에 마음을 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명제가 있으니,
그것은 곧 글쓰기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을 속이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今留心文章者, 有第一義諦, 當先自無自欺始也.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완당전집(阮堂全集)』 중
(박병희 편역, 선인들의 공부법, 창작과 비평사, 1998, 203면)



아참, 아무리 부자지간이만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군요.
김태현군의 2007년 작품입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숙제로 읽은 책 속의 그림을 그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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